< 감정 >
서랍 안 상자 안 편지지에 담긴 빛바랜 편지와 끊어진 감정 위에 저장된 메시지를 꺼내 듭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했던 아날로그 편지가 떠올라 나열한 글에서 과거 나의 감정을 읽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아 알고 있던 집 주소로 보낸 편지는, 애써 마음 숨기고 애써 일상 숨기고 애써 만나자 하지 않은 텅 빈 편지였습니다.
한 방향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어 돌아오지 않은 답장으로, 꿈을 좇고 있던 사람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사람 웃지 못한 표정과 이별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집요했던 디지털 편지가 떠올라 나열한 글에서 과거 나의 감정을 읽습니다.
감정의 파도와 마음의 상처가 담긴 날카로운 글은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으며, 텅 빈 감정과 텅 빈 마음의 불필요한 메시지는 가볍고 가벼웠습니다.
보내고 받아지고 도착하고 쌓여가면서 점점 더 가벼워지는 메시지에 담긴 무거운 질문들이 공허한 답장으로 돌아오며, 우리는 멀어졌습니다.
시작을 아는 사람이 끝을 찾을 때까지 계속한 메시지로, 안갯속에서 사는 사람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 일그러진 표정과 이별했습니다.
아날로그로 적은 편지와 디지털로 전달한 메시지의 무게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의 무게에 정비례하여 증가한다.
서로가 주고받은 편지와 메시지의 무게가 반비례하여 감소한다면, 그것은 감정이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는 탓일 것이다.
그리움의 감정이 없는 아날로그 편지의 무게는 종이 한 장을 벗어나지 못하며, 디지털 메시지는 한 문장도 벗어나지 못하고 지워져 사라집니다.
그리고 소통의 방식과 감정의 무게에 대하여, 소통의 실패와 정서의 공허에 대하여, 감정의 과잉과 왜곡된 전달에 대하여 질문합니다.
< 편지 >
종이 등의 매체에 안부·소식·용무 따위를 글로 적어 보내는 것을 말한다. 고대에서부터 근대까지는 직접 종이에다 글을 써서 상대방한테 보내줬다.
이후 편지를 배달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인 우체국이 등장함에 따라 근현대에는 배달 시스템에 많이 의존하였다.
편지의 운송요금을 납부했음을 알리는 것으로 우표가 있다. 물론 직접 전달하는 방식의 편지도 여전히 유효하게 활용되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가 널리 퍼지면서 지금은 일반적인 대화 수단으로써의 편지는 잘 쓰지 않게 되었지만, 보낸 이의 손글씨가 그대로 드러나고 실시간으로 대화가 불가능한 편지의 특성상 인간의 낭만을 담은 로맨틱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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