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82

시 : 김지하 -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신새벽 뒷골목에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오직 한가닥 있어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살아오는 삶의 아픔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백묵으로 서툰 솜씨로쓴다.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텍스트 (Text) 2025.05.02

시 :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텍스트 (Text) 2025.04.27

시 : 김소월 - 초혼,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텍스트 (Text) 2025.04.26

인문 : 자주 쓰는 한 글자 '주인공' 말 모음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는 한 글자 ‘말’들을 자음 순서로 모아 정리했다.처음 쓰였을 때의 이유와 기록은 사라졌지만, 소리와 의미만이 전해져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조각조각 나뉜 하나하나의 글자들은 마치 세상의 퍼즐처럼, 작은 것 같지만 거대한 그림을 이루고 있다.이 글자들은 우주와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묵직한 주인공이며, 우리는 이 작은 글자들을 통해 우주와 인간, 삶과 죽음, 자연과 감정까지 수많은 것을 엿볼 수 있다.또한 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상상력의 출발점이면서, 우리 모두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주는 '끈'이다.ㄱ간, 갓, 강, 개, 검, 골, 곰, 공, 굴, 귤, 꿈, 꽃, 꼴, 끈, 끼ㄴ나, 날, 남, 낮, 낫, 너, 넋, 넷, 녹, 논, 농, 놈..

로직스 (Human)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