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 소설 단편 - 가을 <2>
산에 얼마간 오르자 하늘이 열리고, 시야가 트이며, 회색 도시 뒤로 번져 오르는 가을 단풍이 보이는 풍경에 시선을 뺏긴 뒤, 옆에서 멍청하게 웃고 있는 남자 친구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라오는 동안에도 분명 봤겠지만, 내게 오는 것을 거부했거나 내가 거부했을 나무들의 변화를 이제야 알아차렸습니다. 그늘에 가려 빛이 닿거나 닿지 않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왼쪽으로 굽거나 오른쪽으로 굽거나, 회색빛 건물에 가려지거나 가려지지 않거나. 지나는 구름의 그림자도 어떤 나무에는 닿거나 닿지 않거나, 등산로 굽이 굽이에 밟히거나 밟히지 않거나, 도시가 내뿜는 공해에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 저마다의 이유들로 어떤 나무는 여름빛의 초록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어떤 나무는 가을빛의 붉음을 새롭게 머금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