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46

시 : 마법 주문, 일잘러, 리바진스

아브라 케다브라 (소원), 임페리우스 (명령), 크루시아투스 (고문), 아씨오 (소환), 루모스 (조명),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부양), 익스펙토 패트로눔 (디멘터), 엑스펠리아르무스 (무장 해제), 오블리비아테 (기억 삭제), 스튜페파이 (기절). 해리포터의 주문들 실제 있는 것도 괜찮은데… 상황, 사람, 순위, 강점, 흥미, 표현, 관점 등 7가지 일잘러들의 특징. 리바진스, 마음이 시끄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텔레비전,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제각각 떠들면 조금은 괜찮은 거 같네요.

텍스트 (Text) 2024.09.14

창작 : 소설 단편 - 가을 <선택>

가을 같은 수업을 듣느라 서로 알고 지내다가,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말을 나눈 뒤 자연스레 친해진 남학생이 있었습니다. 가방 가득 이것저것 넣어 가지고 다니며 수업을 수강하느라 바쁜 나와 달리, 그는 IT 기기에 꽤 능숙하고, 과 동기들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은 거 같고, 캠퍼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걸 즐기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업에 자주 빠져서 성적은 별로였는데, 학교 신문사 기자로 일하느라 그랬다고. 수업에 들어가려 바삐 걷던 어느 날 내 앞에서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멈춰 선 그 친구와의 거리가 급하게 좁혀졌습니다. 내 그림자가 위아래 좌우로 마구 흔들렸고, 딛고 서있는 길마저 잦은 진동을 보내 떨림은 멈출 기미가 없었습니다.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거친 숨소리를 숨기느..

텍스트 (Text) 2024.09.14

시 : 꿈, 로또, 과거와 미래

또렷하게 기억될 것 같은 선명한 꿈이 아침의 평범한 일상에 잊혀갈 무렵, 스마트폰이 그제야 저를 깨웁니다.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단 한 번도 로또를 사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꿈도 꾸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일초를 일분을 한 시간을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늘 과거에서 미래로 점프. 존재하지 않는 현재에 아무것도 남기지 마세요.

텍스트 (Text) 2024.09.11

창작 : 소설 단편 - 가을 <프롤로그>

가을 지금은 앨범을 뒤적여 다른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그 사람 손에 이끌려 그곳에 갔을 때 제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다리는 아프고, 땀은 흐르고, 들고 있던 물은 금새 사라져 갔습니다. 한 시간 남짓 시간이 지나 저는 엉망잔칭이 되어버리고, 어지럽고, 매스껍고, 세상이 노랬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시야가 트이며, 회색 도시 뒤로 번져 오르는 가을 단풍이 보이는 풍경에 시선을 뺏긴 뒤, 옆에서 멍청하게 웃고 있는 남자 친구가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씨를 뿌리는 바람에, 그 해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 이듬해 가을 이별은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이별한 후 마음 한 구석에 쌓인 원망하는 감정은 사귄 시간만큼이 지나서야..

텍스트 (Text) 2024.09.09

시 : 공감과 배려, 낯선 곳에서의 아침

상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상대를 위해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좋을 수 없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다. 상대를 공감한다고, 위로를 잘하는 건 아니다. 판단을 빨리 한다고, 운동 신경이 좋은 건 아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불편한 공간, 미묘한 냄새, 어색한 소리, 텁텁한 입안, 까칠한 이불. 눈과 코와 귀와 입과 피부로 전해지는 낯선 감각.

텍스트 (Text) 2024.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