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젖어드는 가랑비 내리면, 버스 정류장에서 그대를 기다리며.머리 위에 책을 얹고 걸어올 당신을 위해 내 몸을 펼칠 나.이 비 다 개고 맑은 세상 오면, 깊은 신장 속에 세워져 잊혀지더라도.다시 어려운 날 오면 누군가의 머리 위에 내 몸을 펼쳐 가려줄 꿈을 꾸네.겨울 날 궂은 진눈깨비 오면, 노란 가로등 아래 그대를 기다리며.코트 깃을 세우고 움추린 그대 얼굴 앞에 훤히 펼쳐질 나.이 비 다 개고 말간 하늘 보면, 잊혀진 채 전철 좌석에 홀로 남아도.다시 어려운 날 오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 몸을 펼쳐 가려줄 꿈을 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