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아침 출근 시간 사람들과 여기저기 부딪히는 게 싫었습니다.
전철을 하나 보냈는데, 다음 전철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뒤로 물러나 벽에 기대서는 왼손으로 얼굴과 표정을 가리고,
다음 전철이 십여 명, 다음 전철이 너 댓 명, 다음 전철이 한 두 명이
될 때까지 숨을 죽여가며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어느새 스마트폰은 이때쯤 울릴 알람을 울렸지만 외면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불안함과 불쾌감과 두려움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단 한 걸음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쓰러질 듯한 나를 벽과 이어 버티게 해주던 오른손에 무언가 닿았습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눈물 글썽한 표정으로 무언가 원하고 있었습니다.
다리가 풀리며 내가 먼저, 덩달아 그 아이도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걸 알아차리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의 작은 행동이 되어 주세요, 작은 행동으로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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