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이젠 모든 것이 홀가분하다.
나는 나를 구속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학교도 그만두었다.
라라의 기억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
디디와도 어떤 식으로든 이별인 것이다.
나는 이제 자연이 말했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 나가면 되는 것이다.
정보 간 나라를 버리는 왕과 같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이다.
작가의 길이란 그런 것이다.
누가 글 쓰는 사람의 고통과 고독을 알 것인가.
이제 나를 구속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 현실의 폭력, 억압, 거짓화해, 가짜 욕망, 온갖 허위.. 그런 것 밖에는 없다.
[ 작가 박일문 ]
주요 작품 : 도망쳐, 추억, 달은 도둑놈이다
1992년 80년대 젊은이들의 방황을 다룬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제1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실제로 고교시절 출가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는 그는 80년대에 영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때 노동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다.
이 기간 내내 겨울이면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던 그는 88년 다시 출가, 백양사의 말사인 문빈정사에서 법림(法林)이라는 법명을 받아 본격 수도생활을 했다.
문단에 데뷔한 뒤 산에서 내려와 문학을 통한 대승적 삶을 추구했다.
2024년 1월 향년 6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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