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잡문을 쓰는 사람이라고 자기소개할 법한 것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실력도 웬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어렵고 괴로워했던 것에서 벗어나게 된 건, 의례히 그렇듯이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글을 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도, 글을 쓰는 것과 같이 적당히 타협하면서 읽어서였다.
글을 쓰려면 글을 뿌리가 되는 주제나 소재가 되는 내용을 적당히 붙여 넣고, 평소 내 생각들이 양분이 되어 떡잎이 자라 오른다.
줄기가 되는 리드문을 쓰고 나면, 얼마만큼 자랄 것인지 대체로 알게 되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볼륨이 정해진다.
중간중간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전혀 다른 글이 되기도 하며, 잡문의 식물은 자라 오르지만, 마무리는 늘 거창하고 요란스럽다.
그렇게 쓰인 글은 여기저기 비문도 있고 맞춤법도 틀려서, 한두 번 다시 읽어 교정 교열을 거치며 자연스레 잔가지를 치게 된다.
그림 그리는 친구가 조언했던 것처럼,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을 알지만 집중력은 2시간 내외다.
글 중간에 쉼표를 찍고, 문장의 길이를 조절하는 습관을 버릴 수 없는 탓에, 한 줄의 잡문은 의외로 복잡하게 구성된다.
덕분에 오늘도 엉터리 비문을 쓰고 수정을 거치는, 나는 그저 잡문을 쓰는 사람이라고 자기소개할 법한 블로거에 지나지 않는다.
<비문 (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이르는 말이다. 어휘가 잘못 쓰였을 뿐인 문장도 '비문'으로 부르고는 하는데, 이쪽은 문법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비표준어가 쓰였어도 무조건 비문으로 볼 수는 없으며,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 같은 사례가 있다.
<원인>
문법에 맞는 올바른 문장을 쓰는 것에는 어느 정도 교육의 영향이 작용하므로,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비문을 적게 쓰는 경향이 있지만,
권위 있는 교수들(국어 분야를 제외하고)이 집필한 것이 분명한 대학 전공 서적이나,
적어도 대학원 석사 과정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썼을 각종 논문들을 읽다 보면 비문들이 간혹 발견되기도 하듯이 100%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문과 출신 고학력자들이 비문을 더 많이 쓴다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초등학생들은 글을 간결하게 쓰기 때문에 적어도 문법상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아서이다.
또한 이공계 출신들은 주로 쓰는 글이 실용문이라 간결하게 글을 쓰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비문이 적다.
같은 맥락에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출신들이 글을 멋지게 쓰려는 욕심에서 비문을 남발한다.
특히 수식어를 과하게 때려 박아서 읽기에 고약한 문장을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비문이 자주 발생하기 마련이고, 발생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대개 말을 하다가 앞에 자기가 뭐라고 말했는지 까먹어서 의미만 맞고 호응이 안 되는 때가 많은데, 영어로 비유하면,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로 문장을 시작해 놓고 구와 절을 많이 갖다 붙인 나머지 문장 끝부분에 와선 아직 목적어를 안 씀을 까먹고 그냥 끝맺는 것.
한국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 권력'으로 표현했을 정도로 언론인이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기에 아래 표현이 굳어진 비문 문단에 적힌 인용 문제처럼 비문을 퍼트릴 수도 있다.
비문을 써도/써야 되는 때가 가끔 있는데, 직접 인용할 때는 원본 문장이 비문이든 정문이든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쓰고, 필요에 따라 네모 괄호 ([ ])를 열어 비는 내용을 채워 넣어 의미를 명료화하기도 한다.
문학에서는 고의로 문법을 맞추지 않기도 하는데, 고등학교 2학년 정규 교육 과정 문학 시간에 배우는 시적 허용이 그 예다.
< 단어, 문장, 문단, 구조 >
단어 : 문법 단위 가운데 기본이 되는 언어 단위의 하나. 분리해서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이에 준하는 말. 또는 그 말의 뒤에 붙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말. 낱말이라고도 한다.
문장 : 단어를 순서 맞게 배열하여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나 글 따위를 일컫는다. 영어로는 sentence. 기본적으로 주어 + 서술어의 구조를 갖추며, 마침표(.?!)로 구분된다.
문단 : 글을 특정 단위로 분류해 놓은 체계를 공식적으로 '문단'으로 부른다. 사람에 따라 '카테고리', '항목', '단락' 등으로 부를 때도 있다.
구조 : 텍스트 (Text) - 장 (Chapter) - 문단 (Paragraph) - 문장 (Sentence) - 절 (Clause) - 구 (Phrase) - 어절 (Word Unit) - 단어 (Word) - 형태소 (Morp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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